톱클래스 2014년 1월호. 2020/04/24 – Posted in: 레고시리어스플레이
톱클래스 2014년 1월호.
그냥 일반 사무용 복합기에서 스캐닝해서 이미지는 거칠게 되었습니다. (자랑질? ^^)
레고시리어스플레이(LEGO Serious Play)는 1990년대 중반 레고사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교수들과 함께 개발한 방법론이다. 피아제의 구조주의와 홀랜드의 복잡적응계 이론 등 여러 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레고를 회의 도구로 활용하자는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핵심은 아이디어의 가시화이다. 세계적인 디자인회사 IDEO의 대표 팀 브라운은 “아이디어를 빨리 구체화하면 할수록 그것을 검증하고 개선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보다 쉬워진다”고 말했다. 레고시리어스플레이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는 데 레고를 사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레고시리어스플레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준_ 레고는 누구나 쉽게 끼웠다 뺐다 할 수 있죠. 그 레고를 가지고 사람들이 소통하는 거예요. 서로 공감대를 갖고 합의를 하고, 같은 방향을 보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죠. 공통적으로 쓰는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교육을 받을 때도 스페인·자메이카 등 여러 나라에서 모였는데, 문자나 그림보다 레고를 통해 설명하는 게 더 쉬웠어요.
손호성_ 저희는 퍼실리테이터로서 그 소통을 중개하는 역할을 합니다. 흔히 개발자와 디자이너 사이에 말이 안 통한다고 하잖아요. 레고시리어스플레이를 회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법을 배웠죠. 사람의 마음을 끌어내는 방법론·몰입이론 등 여러 이론을 활용함으로써 회의의 흐름을 조절해서 100% 효율을 이끌어내는 게 저희의 역할입니다.
레고시리어스플레이를 어떻게 배우게 됐나요?
손호성_ 저는 출판사를 운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론을 알게 됩니다. 레고시리어스플레이도 책으로 처음 접했어요. 관심이 생겨서 국내에서 알려줄 만한 사람이 있나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있다고 해도 레고시리어스플레이가 아닌 레고를 통한 스토리텔링이었죠. 마치 원조 없이 프랜차이즈 식당이 ‘우리가 원조다’라고 말하는 느낌이었어요.
박준_ 레고시리어스플레이는 오픈소스라서 누구나 찾아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해하기가 어렵죠. ‘레고를 가지고 이러이러한 것들을 잘 유도해내면 된다’고만 쓰여 있거든요. 글·사진·영상으로는 배우는 데 한계가 있어서 교육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했죠.
교육비·체제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어떤 확신이 있었나요?
박준_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희 둘 다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제일 중요한 건 저희 자신, 사람이거든요. 자신에게 투자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죠. 끌리는 게 있는데, 그러면 배워보자. 사업을 하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무언가를 전문가에게 배울 때는 10만원짜리, 100만원짜리, 1000만원짜리의 가치가 각각 달라요. 거기서 저희가 더 노력을 하면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고요. 보스턴에 가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관광을 못한 건 좀 아쉽지만(웃음).
손호성_ 만 나흘간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배웠죠. 점심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레고만 만지작거렸어요. 새로운 방법론이지만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기본적인 지식은 다 갖춘 전문가들이었어요. 수영을 잘하는 선수가 박태환 선수에게 트레이닝을 받는 것처럼 저희도 단기간 과외를 받은 거죠.
레고시리어스플레이는 NASA가 우주왕복선 사고 안전대책팀을 조직하며 연구자와 엔지니어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멕시코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100명의 공인 퍼실리테이터를 육성하여 2000개 이상의 중소기업에 이 방법론을 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레고시리어스플레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손호성_ 직원을 채용할 때 레고로 모델을 하나 만들어보라고 해요. 자신의 장점과 미흡한 부분은 물론,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을 레고로 표현해보라고 하죠. 결과물을 보고 빨간 블록의 의미는 뭔지 물어보며 얘기를 나누다보면 자신의 이야기가 나와요. 그 사람의 진심을 읽을 수 있죠.
박준_ 얼마 전 컨설팅 회사에 가서 시리으스플레이를 하는데, 직원들이 ‘악몽’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블록들을 만드는 데 머리는 없고 팔만 있어요. 자신이 만든 레고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하니까, 회사에 가지고 있던 불만과 속마음을 털어놓더군요. 이것을 가지고 퍼실리테이터로서 사장님과 직원들 간의 소통을 이끌어냈어요. 그렇게 서로 조금씩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독자들이 손쉽게 해볼 수 있는 레고시리어스플레이가 있나요?
박준_ 가족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 레고를 가지고 탑을 한번 만들어 보세요. 시간을 3분만 주고, 빨리 만들라고 재촉해 보세요. 다 만들고 보면 탑들이 모두 다를거에요. ‘탑’이라는 언어만 존재하지, 각자 생각하는 ‘탑’은 다 다르거든요. ‘어, 네 탑은 이렇게 생겼네?’, ‘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탑의 특성은 뭐야?’ 이렇게 대화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죠. 나중에는 탑을 한번 기울여 보세요. 쓰러지지 않는 게 있고 쓰러지는 게 있을 거에요(웃음).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손호성_ 레고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도심에는 아빠와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많지 않아요. 꼭 어디를 가야 하죠. 근데 레고가 있으면 누구나 같이 즐길 수 있잖아요. 그런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박준_ 레고카페에서는 소규모 시리어스플레이 워크숍도 열 수 있죠? 오픈 워크숍도 좋고, 컨설팅이나 교육도 하면서 이 방법론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레고 하면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습니다.
올해 2차 맞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LSP 워크샵을 진행하려고 준비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