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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언어의 세계적 태피스트리: 어원학적 및 역사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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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5-09-1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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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언어의 세계적 태피스트리: 어원학적 및 역사적 분석



서론: 보편적 과학, 다문화적 어휘


수학의 언어는 보편성을 지향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역사적 산물이다. 이는 인류 지성사의 파лимп세스트(palimpsest)와 같아서, 다양한 문명이 겹겹이 쌓아 올린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보고서는 시간과 문화를 가로지르는 여정을 통해 주요 수학 용어와 기호의 "전기(biography)"를 추적하고자 한다. 한 문화권에서 실용적 필요에 의해 탄생한 개념(예: 이집트의 토지 측량)이 다른 문화권에서 철학적 체계로 추상화되고(그리스 기하학), 세 번째 문화권에서 그 이름(그리스어 geōmetría)을 얻고, 네 번째 문화권(이슬람 세계)에 의해 체계화되고 전파되며, 마침내 다섯 번째 문화권(후기 제정 중국)에서 번역되고 재개념화되는 과정을 탐구할 것이다.

본 보고서는 수학의 역사에 내재된 핵심 주제들을 조명할 것이다. 실용 수학과 추상 수학 사이의 긴장 관계, "번역가-혁신가"들이 수행한 중추적 역할, 추상적 용어들의 놀라운 물리적 기원, 그리고 특히 19세기 동아시아 근대 과학 어휘의 원천으로 부상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역동적이고 다방향적인 언어적 영향의 흐름을 살펴볼 것이다.


제1장: 양의 개념 - 수, 숫자, 그리고 무(無)의 발명


이 장에서는 유형의 계산 체계에서부터 "무(無)"를 수로 추상화한 혁명적 개념에 이르기까지, 양을 표현하는 근본적인 개념들을 탐구한다.


1.1 '수'의 뿌리: 할당에서 추상으로


영어 단어 'number'는 고대 프랑스어(nombre)와 라틴어(numerus)를 거슬러 올라가 "할당하다, 분배하다, 가지다"를 의미하는 원시 인도유럽어(PIE) 뿌리 *nem-에 도달한다.1 이 어원은 수의 원초적 개념이 순수하게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분배와 할당이라는 실용적이고 사회적인 행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3

라틴어 numerus는 '숫자'를 의미하는 'numeral'(라틴어 numeralis에서 유래), '열거하다'를 의미하는 'enumerate', '분자'를 의미하는 'numerator'와 같은 영어 단어군을 탄생시켰다.4 흔히 사용되는 약어 'No.'는 라틴어의 탈격(ablative case)인

numero에서 파생된 것이다.6

이는 "함께 맞추다" 또는 "세다"와 관련된 PIE 뿌리에서 유래하여 우리에게 '산수(arithmetic)'라는 단어를 안겨준 그리스어 용어 **ἀριθμός (arithmos)**와 대조를 이룬다. 라틴어와 그리스어의 경로는 수에 대한 두 가지 근본적인 은유를 보여준다. 하나는 사회적 조직(nem-)의 은유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적 질서(arithmos)의 은유이다.


1.2 고대의 표기 체계: 이집트 상형문자 숫자


고대 이집트 수학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위치적이 아닌 10진법 기반의 가산 체계를 사용했다.7 숫자는 10의 거듭제곱에 해당하는 핵심 기호들을 반복하고 조합하여 형성되었다.9

  • 기호:

  • 1: 수직선 하나 11

  • 10: 소의 발목 족쇄 또는 발뒤꿈치 뼈 11

  • 100: 감은 밧줄 11

  • 1000: 연꽃 11

  • 10,000: 손가락 11

  • 100,000: 올챙이 또는 개구리 11

  • 1,000,000: 무한을 상징하는 신 헤(Heh) 또는 경배하는 자세의 사람 11

  • 기능: 이 체계는 순전히 가산적이었다. 즉, 숫자의 값은 존재하는 모든 기호들의 합으로 결정되었다.14 예를 들어, 숫자 345는 '100' 기호 세 개, '10' 기호 네 개, '1' 기호 다섯 개로 표기되었다. 이 방식은 단순한 덧셈과 뺄셈을 직관적으로 만들었다. 같은 기호들을 모으고, 특정 기호 열 개를 그 다음으로 높은 단위의 기호 하나로 바꾸어 "자릿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계산했다.9 그러나 위치 값 체계나 0의 부재는 복잡한 곱셈과 나눗셈을 매우 번거롭게 만들었다.13

"수"(nem-, 할당), 이집트 숫자(소 족쇄, 연꽃), "0"(śūnya, 공허)의 어원은 인간이 추상적인 수학적 개념을 구축할 때 사회적, 물리적, 혹은 정신적 영역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개념적 틀을 기반으로 삼는 근본적인 인지 패턴을 드러낸다. 이들 용어의 현대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는 어원학이 재구성해주는 이러한 기초적인 은유적 발판을 가리고 있다. 즉, 수학의 언어는 사회, 물리, 정신 세계의 은유를 차용하고 추상화함으로써 발전해 온 것으로 보인다.


1.3 혁명적인 공백: 0의 여정


단순한 위치 표시 기호가 아닌 진정한 수로서의 0의 개념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산스크리트어 **śūnya (शून्य)**로 표현되는 "무(nothingness)" 또는 "공(void)"이라는 철학적, 정신적 개념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16 이는 철학적 사상이 수학적 연산자로 공식화된 심오한 지적 도약을 의미한다.

  • 아랍 세계로의 전파: 인도의 개념은 이슬람 세계로 전파되었고, 산스크리트어 śūnya는 "비어 있는" 또는 "공허한"을 의미하는 아랍어 **ṣifr (صفر)**로 번역되었다.16 이 번역은 이슬람 이전 시대에 이루어졌으며, 이후 급성장하는 수학 전통에 통합되었다.

  • 유럽 도착과 분화: 이 개념과 단어는 1200년경 피보나치와 같은 수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17 그러나 이 개념의 도입은 십자군 전쟁 시기의 반(反)아랍 정서와 "무"라는 개념에 대한 신학적 불편함 때문에 회의적인 시선에 부딪혔다.17

  • 아랍어 ṣifr는 이러한 이중적 수용을 반영하며 두 개의 뚜렷한 경로를 통해 유럽 언어에 진입했다. 이탈리아어를 통해 zefiro로, 그리고 다시 zero로 축약되어 숫자 0을 의미하게 되었다.18 한편, 중세 라틴어로 더 직접적으로 음차된
    cifra는 영어 단어 cipher를 낳았다. 이 단어는 처음에는 "0"을 의미했지만, 나중에는 "암호"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는데, 이는 새로운 숫자 체계 자체가 일부 사람들에게는 난해하거나 심지어 비밀스러운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17

아랍어 ṣifr가 'zero'와 'cipher'로 분화된 것은 우연한 언어적 사고가 아니다. 이는 중세 유럽에서 숫자 0에 대한 문화적 저항을 보존하는 역사적 화석이다. 숫자 자체를 가리키는 용어가 비밀("cipher")과 연관된 것은 그 개념이 철학적으로 어려웠고, 피렌체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그 사용이 금지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17 이는 과학적 개념을 둘러싼 사회적, 지적 투쟁이 그 이름의 어원에 영구적으로 암호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2장: 계산의 문법 - 연산과 관계


이 장에서는 수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기술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기호들을 해부한다.


2.1 연산의 언어: 라틴어 접속사에서 이집트의 움직임까지


  • 유럽의 기호: 더하기 기호(+)는 "그리고(and)"를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 et의 단순화된 형태이다.19 그 진화 과정은 'e'와 't'가 합자(ligature)로 쓰이다가 결국 '+' 형태로 단순화된 필사본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기호는 15세기 요하네스 비트만(Johannes Widmann)의 저서에서 처음 인쇄물로 등장했다.21 빼기 기호(−)는 뺄셈을 나타내기 위해 문자 'm'(
    minus를 의미) 위에 쓰인 물결표(tilde)나 장음 부호(macron)에서 유래했거나, 문자 'm' 자체의 속기 형태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19

  • 동아시아의 용어: 연산에 대한 한국어 고유어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와 같이 서술적인 동사 형태이다.22 이 용어들은 초등 교육에서 사용되며, 보다 공식적인 수학에서는 한자어 어휘가 사용된다.

  • 고대 이집트의 기호: 라인드 파피루스(Rhind Papyrus)는 덧셈과 뺄셈에 대해 놀랍도록 은유적인 체계를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그 기호들은 걷는 발 한 쌍의 상형문자였다.

  • 덧셈: 앞으로 걷는 발(상형문자 D54). 이는 "안으로 들어가다"를 의미하는 구절의 약어였을 가능성이 높다.14

  • 뺄셈: 뒤로 걷는 발(상형문자 D55). 이는 "밖으로 나가다"의 약어였다.14

  • 이는 산수를 정적인 결합이 아닌 동적인 움직임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즉, 더하기는 축적("안으로 들어감")이고, 빼기는 제거("밖으로 나감")이다.

유럽과 이집트의 연산 기호 기원을 비교하면 인지적 은유의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유럽의 '+'(et, "그리고"에서 유래)는 정적이고 논리적인 결합을 나타낸다. 이집트의 "걷는 발" 기호는 "안으로 들어가기" 대 "밖으로 나가기"라는 동적인 과정, 즉 움직임을 나타낸다.14 이는 다른 문화들이 가장 기본적인 산술 연산조차도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적 은유에 기반을 둘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나는 논리와 집합에, 다른 하나는 움직임과 변형에 기반을 둔 것이다.


2.2 등가성의 상징: 등호의 탄생


16세기 이전까지 등가성은 라틴어 aequalesaequantur와 같은 단어로 표현되었다.24

1557년, 웨일스의 수학자이자 의사인 로버트 레코드(Robert Recorde)는 그의 저서 *지혜의 숫돌(The Whetstone of Witte)*에서 등호(=)를 도입했다. 그가 밝힌 이유는 실용적이고 미학적인 것이었다. "is equalle to(와 같다)라는 단어들의 지루한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25

그가 두 개의 평행선(Gemowe 또는 "쌍둥이" 선)을 선택한 것은 상징적이었다. "왜냐하면 두 개만큼 더 평등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bicause noe 2 thynges, can be moare equalle)".24

이 기호는 즉시 대중화되지 않았다. ||나 라틴어 aequalis에서 유래한 문자 æ 또는 œ와 같은 대안들이 1세기 이상 사용되었다.24 등호가 결국 보편적으로 채택된 것은 단순하고, 우아하며, 잘 논증된 표기법의 힘을 보여준다.

등호의 역사는 "표기법의 다윈주의" 과정을 보여준다. 로버트 레코드는 명확한 논리를 바탕으로 기호(=)를 제안했지만 25, 이는 기존의 다른 표기법들(

||, æ)과 경쟁해야 했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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